소금으로 간을 한 일본 시오라멘집 ‘담택’
소금으로 간을 한 일본 시오라멘집 ‘담택’
  • 권혁년
  • 승인 2019.04.1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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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동안 우려낸 닭 국물 사용해 시원한 맛 일품
라멘의 깊은 맛 생각해 토종닭 사용
주방장 정성 담긴 반숙 달걀도 일품

편집자 주)

맛 집을 많이 알고 있으나 잘 소개하지 않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편집장. 직원들이 말한다. ‘제발 뭐라도 좀 해보세요’ 그 물음에 답을 하고자 한다. 게으름이 몸에 배 있지만 무거운 몸이라도 움직여 보려 한다. 최소 1주일에 한 곳은 소개 하겠다. 굳은(살?) 각오를 하고 시작한다.

제목이 밥주걱의 맛집 기행이다. 대 놓고 이야기 하겠단 말이다. 맛 집에 기본은 밥이다. 자장면 집에서 기본이 자장면이듯이. 그래서 기본에 충실한 맛집을 소개하겠단 의미도 담았다. 여기에 덧붙여 편집장 얼굴도 긴 밥주걱이다.

담택 부부가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담택 부부가 가게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담택의 대표 메뉴 '시오라멘'
담택의 대표 메뉴 '시오라멘'

 

기분 좋은 맛집을 찾았다. 그것도 우연히 점심을 먹으러 간 집에서. 원래 가던 집이 아니다. 처음에 생각한 점심 집은 백반이 뷔페처럼 나오는 집이다. 그 집을 향해 걷고 있는데 춘향이 목에 찬 칼처럼 길게 놓인 긴 판자에 ‘담택’ 이라고 쓴 일본 라멘집이다.

라면은 광(狂)이지만 라멘은 별로 좋아 하지 않아서 약간 머뭇거렸다. 그래도 일행과 함께한 점심이었기에 과감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 선택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일자로 긴 테이블에 양편으로 여덟 개의 의자 놓여 있었다. 4명씩 앉으면 2팀 정도가 들어가는 긴 탁자였다. 그리고 옆으로 개인이 왔을 때 앉을 수 있는 4개의 의자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일본 라멘하면 떠오르는 것이 돈코츠 라멘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돼지뼈로 우려낸 국물로 맛을 내는 돈코츠 라멘이 일본식 라멘의 주류다. 하지만 이 집은 돈코츠 라멘이 없다.

단독 메뉴는 아니다. 그렇지만 메뉴는 시오라멘 뿐이다. 레몬을 넣은 레몬시오 라멘과 유자를 넣은 유자 시오라멘, 이렇게 딱 3개다.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옆에 친절하게 시오=소금이라는 표시가 있다. 소금 라멘이라 순간 당황했다. 많이 짜지 않을까? 하지만 이 생각은 기우였다.

담백한 닭 육수에 생면이 잘 삶아져 나왔다. 여기엔 일본식 수저위에 삶은 계란이 올라가 있다. 첫 맛은 담백 그 자체였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 안 전체를 감싸고돌았다. 국물은 닭계장의 시원한 맛 그대로였다. 계란은 겉은 부들부들하면서 속은 반숙이여서 고소한 맛이 났다. 계란에도 양념을 한 것 같았다.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뭔가 좀 허전했다. 그래서 면 추가를 시켰다. 면추가가 공짜다. 이런 야박한 세상에 천사표 사장님을 만난 것 같았다. 추가로 나온 면 사리를 보고 다시한번 놀랐다. 처음에 나온 면과 같은 양이었다. 두 그릇을 먹은 거나 다름없었다. 두 번째 인데도 정신없이 먹었다. ‘그래 이 맛이야’를 속으로 외치면서.

이집 주인장은 조원현 대표다. 그는 대표이자 주방장이다. 그리고 작은 가게에 와이프와 함께 운영한다. 부인은 홀 서빙을 담당하고 있다. 조대표는 군 제대 후 홍대의 유명 라멘집에서 주방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특유의 꼼꼼함과 부지런함으로 라멘에 대해 하나씩 알아 갔다. 이곳에서 6년을 넘게 일하고 다른 라멘집으로 옮겨 2년 정도 더 수련을 했다. 그리고 난 후 4개월 전에 ‘담택’을 오픈했다.

“소금 항아리에서 소금이 숙성 돼 듯이 잘 숙성된 라멘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소금을 재료로 해서 시오라멘을 만들게 됐어요”

이 집은 흔한 라멘 육수인 돼지뼈를 버리고 닭을 선택했다. 닭에도 영계와 노계가 있는데 영계는 가벼운 맛을 내고 노계는 깊은 맛을 낸다. 담택은 두 개의 닭은 적절하게 썩어 쓴다. 그리고 통째로도 넣고 부위별로도 넣는다. 그리고 이것을 약한 불에서 12시간 정도 우려낸다. “저희 집은 약간 비싸지만 토종닭도 넣고 있어요” 조 대표의 귀띔이다. 일본에서는 닭의 생산지에 따라서 맛이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토종닭을 제외하고는 거의 같은 조건에서 사육한다. 일명 닭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맛이 일정하다고 한다.

닭의 비린내를 잡아 주기 위해서 사과와 대파, 마늘, 생강 등을 넣고 함께 끓인다. 이렇게 오랫동안 끓여서 내오면 닭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저위에 올려져 있는 달걀을 만드는데도 정성이 가득하다.

신선한 달걀을 구입한다. 계란을 바로 삶으면 껍질을 벗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상온에서 하루정도 보관한다. 이때 조 대표는 계란의 윗부분에 압정으로 작은 구멍을 뚫는다고 한다. 이렇게 보관한 달걀은 소금 넣은 물에 약 6분정도 삶는다. 그러면 부드러운 반숙 달걀이 된다. 이것을 바로 손님상에 내오는 것이 아니다. 삶은 달걀의 껍질을 벗겨서 조대표가 연구한 양념장에 넣어 하루 동안 냉장 보관을 한다. 차가운 달걀을 그대로 낼 수 없다는 생각에 양념장을 반쯤 버리고 그곳에 따뜻한 물로 채워서 계란을 데운다. 신선한 계란은 2일의 여정을 거쳐 비로소 손님상에 오른다. 그것도 부드러움과 고소함을 한 것 머금은 채로.

라멘에 말아 먹는 밥도 일품이다. 이유를 물으니 특별한 비법은 없고 물 조절을 잘한다고 한다. 약간의 과학이다. 쌀이 100g이면 물은 120g정도다. 이 비율이 황금비율이라고 한다. 그리고 바로 지은 밥은 주기 때문에 윤기가 좋다.

안주인의 섬세한 배려도 있다. 바로 여성용 머리끈이다. 라멘을 먹을 때 아무래도 긴 머리는 불편하다. 그래서 테이블마다 머리끈을 배치해 뒀다.

다음 달에는 기본 시오라멘에 매운 맛을 추가한 라멘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8천원에서 8천5백원선이다. 레몬과 유자가 들어간 것은 오백원을 추가로 받는다. 2,6호선 합정역 9번 출구에서 5분정도 거리다. 남경장이라는 중국집 옆집이다. 02-336-0974. 장소가 협소해 예약은 받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