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재료 식감이 살아있는 커리 전문점 ‘웃으러’
천연 재료 식감이 살아있는 커리 전문점 ‘웃으러’
  • 권혁년
  • 승인 2019.05.01 18: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메뉴판은 고전소설에 살짝 끼워 제공... 손님이 직접 그려 준 그림 메뉴판
6개월 동안 커리 맛집 찾아다니면서 만든 자신만의 커리
야채를 좋아해서 만든 무커리는 시그니처 메뉴
밥부터 기초 재료까지 모두 천연만 고집
정성과 시간을 들이는 철저한 요리 원칙 고수

웃으러, 치킨커리
웃으러, 치킨커리
웃으러, 시그니처 메뉴 무커리
웃으러, 시그니처 메뉴 무커리
웃으러, 내부 모습 꽃 장식은 송대표가 직접 새벽 시장에서 사온 꽃이다.
웃으러, 내부 모습 꽃 장식은 송대표가 직접 새벽 시장에서 사온 꽃이다.

 

웃으러 감성 돋는 메뉴판
웃으러, 감성 돋는 메뉴판
웃으러 비건을 위한 시금치 커리
웃으러, 비건을 위한 시금치 커리
웃으러 키마 커리
웃으러 키마커리, 커리 위에 토핑으로 올라간 달걀 노른자가 커리에 촉촉함을 더하고 있다.

 

자리 잡고 주문하기 위해 메뉴판을 요청했다. 현진건의 단편소설《B사감과 러브레터》가 나왔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책 속에 스케치북을 뜯어서 손 글씨로 만든 메뉴판이 보였다. 그리고 깨끗한 A4용지에 음식과 재료를 그려 넣은 그림 메뉴판도 보여줬다. 순간 웃음기 사라지고 진지해졌다. 뭔가 내공이 만만치 않은 집이라는 직감이 밀려왔다. 커리 전문점 ‘웃으러’ 이야기다.

‘웃으러’는 송수현 대표(14년 요리경력)와 오지현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커리집이다. 커리집을 가면 습관적으로 일본식인가 인도식인가를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이 집 커리는 단언컨대 ‘웃으러’ 식이다.

식당 이름이 ‘웃으러’여서 매우 궁금했다. 이유를 먼저 물으니 “웃으러 가자, 웃으러 와라 등 식당 주인이 멍석을 깔면 손님들이 채워주는 의미에서 이렇게 지었어요. 저희집에서 쓰는 그림 메뉴판은 손님이 직접 그려 주신 것이죠” 송대표의 현답이 돌아왔다.

송수현 대표가 6개월 동안 우리나라와 일본의 맛있는 커리집을 찾아 다녔다. 직업이 요리사였기 때문에 한번 맛을 본 음식은 어떤 재료로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맛을 보고 기록하고 자신의 노하우를 담았다.

이 집의 메뉴는 모두 네 가지다. 시금치커리, 키마커리, 치킨커리, 무커리다. 시금치커리는 비건(채식주의자)을 위한 요리다. 고기가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담백하면서 약간 새콤한 맛이 난다. 송대표가 이 요리를 개발하면서 가장 많은 실패를 경험했다고 한다. 인도의 ‘팔락파니르’라는 시금치 커리가 있는데 이것과는 시금치라는 재료만 같을 뿐 완전 맛이 다르다.

키마커리는 커리인데 국물이 없다. 일명 드라이 커리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등을 작게 썰어서 만든다. 멕시코 음식 중에 ‘칠리 콩 까르네’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에서 모티브를 따 왔지만 맛과 모양은 다르다. 이 커리는 고수를 넣는 것과 넣지 않는 것 두 종류가 있다. 고수를 정말 싫어하지 않는다면 넣어 먹기를 권유한다. 고수가 커리 맛을 극대화 해준다. 어린 시절에 어머니가 해주시는 고기볶음 요리가 생각나는 맛이다.

치킨커리는 일반적으로 버터커리라고 불린다. 그만큼 버터를 많이 넣기 때문이다. 하지만 ‘웃으러’는 다르다. 버터를 쓰지만 정말 소량이다. 그리고 요커트, 코코넛밀크 등을 넣어서 맛을 낸다. 주재료로 닭다리를 쓰는데 껍질을 벗겨내고 기름까지 제거를 한다. 요리 하나에 들이는 정성과 공이 남다르다.

무커리는 웃으러의 정점이다. 쌀뜨물에 다시마와 무, 통마늘을 넣고 약불에서 한 시간 정도 푹 우려낸 국물과 무를 사용한다. 커리인데 시원한 해장국을 한 사발 들이킨 개운함이 느껴진다.

모든 커리엔 토핑으로 우엉을 사용한다. 잘 씻은 우엉을 살짝 말려서 기름에 튀겨낸다. “뿌리채소를 많이 먹으면 사람이 온순해지고 차분해 집니다” 우엉을 쓰는 이유를 송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밥은 항상 신동진쌀을 사용하고 강황을 넣어 짓는다. 간을 할 때는 토판염으로 하고 절이거나 삶을 때는 5년간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한다. 간장도 501 등급 이상만 쓴다. 생강, 마늘 등의 양념은 그때 그때 껍질을 벗겨 빻아서 넣는다. 인공조미료는 1도 없다.

“원래 사람이 먹는 음식은 정성이 들어가야 하고 시간을 써야 하고 좋은 마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배웠어요” 요리의 원칙을 고집하는 송수현 대표의 이야기다.

가격은 8천원에서 1만 3천원 사이다. 점심과 저녁 예약(070-8248-3537)은 가능하다. 골목길이다 보니 주차는 불가능하다. 6호선 망원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좌측 골목으로 100m 정도 올라가면 ‘웃으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