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도 쉬어갈 깊은 산 속 작은 빵집 ‘타루마리’
새도 쉬어갈 깊은 산 속 작은 빵집 ‘타루마리’
  • 권혁년
  • 승인 2019.05.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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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균 배양해 사람,지역,자연에 좋은 빵 굽는다
멧돼지 패티 들어간 햄버거, 삼나무로 구운 피자, 천연효모 맥주까지
주 4일 근무, 연 1개월 휴가...직원이 즐거워야 맛있는 빵 나와
지역 토마토 전량 구매...밀가루도 마을에서 생산한 것 사용

편집자주) 일본 여행을 3박4일로 다녀왔다. 힐링이 목적이었는데 뜻밖에도 일본의 도시재생의 단면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여행기 형식으로 일본 도시재생 현장 모습을 3회에 나눠서 게재할 예정이다. 1회는 지역의 선순환 역할을 하고 있는 시골빵집 ‘타루마리’ 이야기다. 두 번째는 안도타다오 예술섬이라고 불리는 '나오시마' 이야기다. 마지막은 일본 전통마을에 운하를 놓은 '쿠라시키 비칸지구'다.

타루마리 이타루, 마리코 부부가 관광객에게 타루마리를 설명하면서 웃고 있다.
천연효모로 맥주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빽빽한 삼나무 숲만이 작은 시골빵집을 감싸고 있다. 빵집 앞에 작은 실개천이 흐르고 있지만 이곳이 ‘빵집이다’라는 표지판이 없으면 초행길에는 그냥 지나칠 법한 곳이다. 하지만 궁벽한 산골 마을에 있는 이 빵집은 주인과 직원은 물론이고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일본 톳토리현에서 치즈마을에 있는 ‘타루마리’라는 빵집 이야기다. 톳토리를 한자로 읽으면 조취(鳥取)다. 풀이하면 ‘하늘 높이 나는 새를 얻는다’ 그만큼 산새가 험난하고 고지대라는 이야기다.

이곳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공은 와타나베 이타루씨와 그의 부인 마리코씨다. ‘작지만 진짜인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에 빵집(타루마리)을 차린 와타나베 이타루씨. 그의 가치관과 창업 과정을 담은 책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2014.6.)는 우리나라에서도 현재까지 꾸준하게 팔리며 스테디셀러가 됐다.

자신의 이름 이타루와 아내 마리코에서 따온 ‘타루마리’는 기존 빵집과 입장을 달리한다. 우선 여기서 만든 빵엔 계란, 버터, 우유, 설탕이 없다. 지역에서 재배한 밀과 깨끗한 물, 천연발효로 얻은 균을 이용해 빵을 만든다. 인근 숲에서 자란 삼나무를 구매해 화덕에서 빵을 굽는다.

먹을 때 자극적이지 않고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한 경우가 없다. 그런데 이 빵을 먹으려고 톳토리현은 물론이고 오카야마, 히로시마, 오사카와 도쿄에서도 찾아온다. 심지어 한국과 대만에서도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다. 일본의 보통 빵집보다 20~30% 비싸게 팔아도 천연균을 배양해서 만든 빵집은 항상 손님들로 넘쳐난다.  빵 맛을 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천연균 배양기술을 활용해 몸에 좋은 빵을 만드는 과정과 생태 보호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그들의 철학을 만나러 온다는 말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타루마리 주방에서 이타루씨가 천연효모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이타루씨는 공기 중에서 천연균을 채집한다. 그렇게 채집을 한 균을 쌀가루에 넣어서 발효 시킨다. 건강하게 발효된 것은 녹색을 띈다. 그렇지 않고 썩은 것은 검은색을 띈다. 그렇게 때문에 맑은 공기가 빵집의 필수품이다.

이타루씨는 “우리는 빵을 매개로 지역 내 농산물을 순환시킨다” 며 “지역생산, 지역소비를 실천함으로써 지역의 먹거리, 생태환경, 경제를 한꺼번에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했다.

실제로 타루마리를 들여다봐면 '이 말이 사실이다'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타루마리는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을 제값에 구매를 해 준다.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토마토의 경우는 연간 생산량 180kg를 전량 구매해 주고 주종용 쌀 270kg도 모두 마을에서 구매를 한다. 기자가 방문을 했을 때 멧돼지를 넣어 만든 패티로 햄버거를 만들어 줬다. 동네 청년 중에 멧돼지를 잡을 수 있는 허가를 받은 사람이 살고 있는데 이 친구가 가끔 멧돼지를 잡아주면 이것으로 햄버거를 만들어 판다.

타루마리에 취급하는 것은 빵 이외에도 수제맥주와 피자가 있다. 천연효모를 맛은 낸 맥주와 치즈마을에서 나는 삼나무로 구운 피자는 손님들의 발길을 잠시 잡아 놓기엔 충분했다.

“일하는 직원들이 즐거워야 맛있는 빵이 나온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직원들이 정말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일 자체가 워낙 어렵고 힘이 드니까요”

타루마리는 주 4일 근무가 정착됐다. 월~수요일은 쉬고 목~일요일만 일을 한다. 1년에 한번은 1개월간의 장기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일주일에 빵은 목요일과 일요일 두 번 만든다. 한번 만들 때 마다 175kg의 밀가루를 사용해서 1500개 정도를 만든다.

타루마리 빵집의 특이한 점은 일반 빵집과 달리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윤을 남기기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본론적 문제를 현대사회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문제라고 인식하고 부패하지 않고 발효하는 빵의 철학을 경영의 철학으로 실천하고 있다. 빵집을 운영하는 부분은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라는 책에 재미있게 서술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