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주민의, 주민을 위한 예술섬 나오시마
주민에, 주민의, 주민을 위한 예술섬 나오시마
  • 권혁년
  • 승인 2019.06.23 1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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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다다오의 지추미술관 섬의 중앙에 위치하면서 관광의 백미
호박을 주제로 설치 미술하는 야유이 쿠사마 빨간호박, 노란호박 줄서서 사진 촬영
구리 제련소의 섬을 주민들이 힘 모아 의지 모아 예술섬으로 탈바꿈

지추미술관에 있는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타임'이다.
지추미술관에 있는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타임'이다.

 

‘물, 빛, 노출 콘크리트의 건축가’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바로 일본의 대표 건축가 안도 다다오다. 안도 다다오의 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섬 나오시마에 갔다.

섬 전체가 예술이다. 지구의 중심이라고 하는 지추미술관, 베네세 재단에서 운영하는 베네세미술관, 점과 면의 작가 이우환 미술관까지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야유이쿠사마의 작품 노란호박과 빨간 호박도 만나볼 수 있다.

오카야마 호텔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오카야마 역으로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일행들은 자유 여행에 약간 들떠 있었다. 하지만 역에서 도착해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 팀엔 일본어에 유창한 사람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우노행 열차에 몸을 싫었다. 우노행 열차는 오카야마에서 바로 가지 않았다. 중간에 차야마치에서 한번 우노행으로 갈아탔다.

다행이 우노역에서 우노항까지는 걸어서 2~3분 거리에 있었다. 우노항에서 나오시마섬의 미야노우라항까지 가는 배를 탔다. 15분 남짓 항해를 하니 예술섬 나오시마 얼굴이 보였다.

항구에서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야유이쿠사마의 빨간호박이다. 근엄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대가집 안방마님 치마에 검은 점박이가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100엔버스 모습니다.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이 랩핑돼 있다.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100엔버스 모습니다. 야요이 쿠사마의 호박이 랩핑돼 있다.

 

빨간호박을 뒤로 하고 지추미술관으로 가기 위해 100엔 버스에 올랐다.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아님 유명 관광지여서인지 차 안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추미술관까지 버스가 바로 가지 않았다. 츠츠지소라는 곳에서 한번 갈아타야 했다.

30여분 버스를 타고 가면서 나오시마의 과거를 봤다. 이곳엔 구리 제련소가 있었고 태평양 전쟁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미쯔비시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공장을 찾아서 불나방처럼 모여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제련업이 심한 부침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섬도 황폐화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1996년 나오시마를 예술과 문화의 섬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는 '사이트 스페시픽 워크'로 방향을 전환한다. 단순히 작품을 구입해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을 초청해 나오시마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베네세 하우스 내외에 영구 전시하는 형태를 띠게 됐다.

지추미술관에 버스가 도착했다. 그런데 미술관이 보이지 않았다. 땅속에 있기 때문이다. 미리 예약한 표를 가지고 미술관에 들어갔다. 첫 눈에 보이는 것은 안도다다오의 작품이다. 미술관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술품 같았다. 사선으로 난 좁은 길은 몇 구비 돌아서 마침내 미술관이 보유하고 있는 첫 작품을 만났다. 모네의 작품이다. 빛의 화가라는 찬사답게 5개의 작품이 영구 전시돼 있다. 다음에 만난 작품이 제임스 터렐의 《빛의 제전3》다. 파란색의 가상 액자를 지나면 또 다른 환상의 세계가 펼쳐진다. 마음속에 무언가 짐이 있다면 더 이상 발을 내 딛기 어려운 형국이다. 작품을 보는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세 번째로 만난 작품은 월터 드 마리아의 설치작품《타임》이다. 직사격형 모양의 공간에 커다란 돌을 깎아 만든 돌공이 있다. 그리고 벽면엔 삼각, 사각, 오각기둥이 서로 다른 배열을 가지고 있다 천장엔 또 직사각형의 구멍이 있어서 빛에 따라 작품이 모습을 달리한다.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을 닮아가는 형태가 현재의 나오시마와 닮아 있었다. 항구에 내려서 100엔 버스를 탔을 때 운전하시는 분은 이 마을 주민이다. 섬 곳곳에 미술품을 설치하고 마을의 모습을 아름답게 가꾸는 노력도 마을 주민의 몫이다. 건물 벽면에 그림을 그려 넣고 오래된 목욕탕을 개조해서 미술관을 만든 사람도 오롯이 마을 주민이다.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노란호박이다.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노란호박이다.

 

섬을 빠져 나올 때는 해가 지고 있었다. 완전히 떨어져 붉은 노을이 있지는 않았지만 지는 해에 쿠사마의 《빨강 호박》이 떨어지는 빛을 받아 점박이가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