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소리로 문 여는 도서관
아이들 웃음소리로 문 여는 도서관
  • 권혁년
  • 승인 2019.08.25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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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구 천연동하늘샘작은도서관, 캘리· 한문수업· 펀잉글리쉬 등 주민 수요 프로그램 진행
포토존 도서관으로 ‘우리동네 독립문’, ‘평화의 소녀상’ 등 전시
어린이집 원아들을 대상으로 그림책 읽어주기 큰 인기 끌어
지역 주민과 손잡고 녹색장터도 열어
북콘서트 등 앞으로도 주민 맞춤형 프로그램 진행

천연동하늘샘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한 녹색장터 모습이다.
천연동하늘샘작은도서관에서 진행한 녹색장터 모습이다.

주민들이 직접 구립 도서관을 운영한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서대문구 독립문로 27길.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입력하고 갔는데 도착해 보니 도서관은 없고 보건소가 보였다.

순간 당황했다. 잘못 왔나? 하고 생각했을 때 노란 바람개비가 펄럭이는 게 보였다. 그 바람개비 사이로 ‘천연동하늘샘작은도서관’이라는 명판이 보인다.

안도의 숨을 쉬고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자 작은 회의실이 나왔고 우측으로 길게 복도처럼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회의실 옆으로 도서관 출입문이 보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르신 몇 분이 책을 보고 계셨고 우측 모서리에 사서의 자리가 보였다. 학교 방과후 수업시간이라서 아이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체 규모 165㎡(50평형)로 작은 공간에 6437권의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알찬 도서관이었다. 정원경, 권경림 자원활동가가 반갑게 맞으면서 도서관을 소개했다.

“천연동하늘샘작은도서관은 2012년 만들어져서 7년의 역사가 있어요. 주민들이 운영을 시작한지는 만 3년이 됐네요. 저희가 오기 전에는 월 평균 15명이 도서관을 찾았는데 2016년 이후엔 많게는 300명이 도서관을 찾아요” 정원경 자원활동가의 이야기다.

책을 꽂아둔 서고를 제외하고 오밀조밀 앉아서 책을 읽으면 20여명이면 꽉 들어찰 공간인데 300여명이라이니 대단한 숫자다.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명예 사서로 있는 6명의 자원활동가 모두 구청에서 진행하는 스토리텔러 교육을 이수하고, 어린이집 원아들을 대상으로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소문이 나서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요. 그리고 주민을 대상으로 도서관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할지를 물어봐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캘리그라피, 한문수업, 펀잉글리쉬 등이 있어요” 권경림 자원활동가의 말이다.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동화책 읽기를 하고 있다.
어린이집 원아를 대상으로 그림책 읽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와글와글 출석부를 만들어서 10번 도서관에 오면 물병을 주고 20번 도서관에 오면 에코백을 출석 기념으로 줬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도서관. 안 찾아갈 이유가 별로 없어 보였다.

천연동하늘샘작은도서관은 자원활동가들은 독서동아리 ‘책뜨레’ 모임이다. 이들은 서대문구 이진아도서관 북스타트 활동과 구청에서 운영하는 '도서관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매월 1회씩 도서관 커뮤니티에서 책모임을 하던 그룹이었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서대문구 작은 도서관 운영 담당자를 만났는데 작은 도서관 이야기를 하면서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책뜨레’ 회원들은 서대문구청으로부터 도서관 위탁운영을 제안 받아 운영하게 되었다고 한다.

도서관 운영을 시작하다 보니 제일 큰 문제가 도서관 운영예산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책뜨레' 회원들은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서울시와 서대문구에서 진행하는 공모사업에 뛰어 들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8개의 크고 작은 사업을 통해 도서관을 자체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천연동 하늘샘작은도서관은 포토존 도서관을 지향하고 있다.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도서관 한쪽 벽면에 독립문을 포토존으로 만들었다. 도서관을 찾는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에 있는 독립문의 의미를 알려 주고 벽돌에 자신의 이름표를 붙일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소녀상이 주제였다. 지역의 어른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평화의 소녀상》(윤문영 지음)을 읽고 맨발의 소녀에게 꽃신을 그려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어르신들이 아이들에게 일제 시대의 이야기를 들려 주셨어요. 아이들은 정말 신기해 하면서 어르신의 이야기를 경청하더라고요. 서로에게 정말 좋은 시간이었어요” 권경림 자원활동가가 그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2017년에 천연동이 도시재생지구로 선정이 됐다. 그래서 하늘샘작은도서관은 자연스럽게 지역으로 관심을 돌렸다. 마을 주민들과 중고물품 물물교환이나 판매를 할 수 있는 ‘녹색장터’를 열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뿐만 아니다. 도서관 앞의 환경도 정비했다. 주택 밀집 지역이라서 도서관 앞은 항상 무단 주차로 몸살을 앓았다. 자원활동가들의 노력으로 골목이 정비되고 주차난도 어느 정도 해결 됐다.

“한번은 도서관 아래 집에 사시는 할머니 찾아와서 당신은 한 달에 한번 정도 119를 이용하는데 119차량이 집 앞까지 들어온 것은 처음이라고 너무 고맙다고 음료수를 사오셨어요. 그땐 정말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권경림 자원활동가의 말이다.

“앞으로 주민들과 더욱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생각을 묻고 이것을 도서관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주민이 원하면 작가 초청 북 콘서트도 열 생각입니다” 정원경 자원활동가가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천연동하늘샘작은도서관 명예 사서 수여식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