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엉, 제발 내 길이를 느껴줘
우엉, 제발 내 길이를 느껴줘
  • 뉴스 편집부
  • 승인 2019.10.0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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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디자이너 유바카의 두 번째 밥상 이야기

우엉

제발 나를 뚝뚝 자르지마
나의 길이를 좀 느껴봐

무나 당근이 따라오지 않아도
혼자서 흔쾌히 땅속을 달린다?
상상해봐

내 심장이 얼마나 뛰었겠어?
깊은 곳까지 맘껏 달리는동안
오롯이 나라는거
얼마나 가슴뛰겠어

내가 현명해질 때까지
딱 한번쯤은
끝까지
가 봐야하지 않겠어?

니 앞에 있는
지금 내가
나에게는 바로 그 딱 한번이었어.

메뉴디자인 작업은 사실 별거 아니다.
재료자체에 이미 디자인이 들어있다.
다만 길이를 전부 사용할것인지 반만 사용할것인지  잘게 잘라 사용할것인지를 결정하면된다.
일단 그것이 결정된  후 재료손질이 시작된다.

의도 전달이 잘못되어 재료손질이 엉뚱해졌을경우엔 메뉴디자인을 계획한 사람에겐 재료가 그렇게  아까울수가없다. 하지만 낭패란 없다. 새로운 전혀 다른 메뉴가 만들어질 수 있기때문이다.

메뉴디자인의 묘미는 눈과 혀의 놀라움이다.
서빙된 음식은 처음보는데 먹어보면 익숙한재료들의 합창이다. 

따로따로 먹어왔던 재료가 자유롭게 섞이는것 역시 디자인의 한 영역이다. 나는  되도록 모든 음식에 견과류와 과일을 넣어 요리한다. 

재료 자체가 가지고있는 색깔을 맞춰 요리하는것 역시 디자인에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살짝 데쳐야하는것이 있는가하면 당근과 비트처럼 같이 넣어 삶으면 색이 더 선명해져서 밥디자이너를 한층 들뜨게한다.

그러고보면 재료마다 각각  자기들의 맛과 모양을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구나라고 생각되어서인지 식재료를 다듬을때 길이도 모양도 존중하게된다. 그래서 내가 되도록이면  원래의 모양을 그대로 살리거나 그재료맛을 되도록 크게 벗어나지않기를 바라는 방식을 택하는 것 같다.

도라지,호박,가지,탱자, 각종 콩등을 말리느라
가을해는 유독 바쁘다. 숲에서 버섯들 또한 얼마나 바쁜가  하나 소란도없이.

자연이 우리를위해 이렇게 바쁘고 열심인데 나는 자연을위해 무얼할까?

부여 자온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