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만 명 오는 똥 관광지 ‘해우재’
연간 100만 명 오는 똥 관광지 ‘해우재’
  • 권혁년
  • 승인 2019.10.07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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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심재덕 수원시장의 집을 화장실로 개조해 시에 기부체납
수원시, 몇 번의 리모데링을 거쳐서 화장실 박물관으로 탈 바꿈
학생들에게 체험학습과 놀이공간, 어른들에게 웃음과 쉼터 제공
국내 및 해외 화장실 문화 한 눈에 볼수 있어

해우재 똥 박물관에서 해설사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해우재 똥 박물관에서 해설사가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명을 해주고 있다.

화장실에서 태어나고 화장실에서 죽은 남자가 있다. 바로 수원시장을 지내고 지난 2009년에 타개한 심재덕 시장의 이야기다. 심 전시장은 이름은 하나이지만 별명은 여러 개다. 화장실에서 태어났다고해서 어린 시절엔 ‘개똥이’로 불렸다. 시장이 되고 화장실 개선을 운동을 한참 벌일 때에는 ‘Mr. 토일렛’이라고 불렸다. 그만큼 똥에 대한 관심이 많고 관련 일을 많이 했다.

수원시 장안구 장안로 463에 그가 생전에 살던 집을 화장실 박물관으로 바꾼 ‘해우재’가 있다. 해우재는 화장실을 의미하는 ‘해우소’에서 따왔다. 그래서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원형 해우재 관장은 “수원에 3대 자랑거리가 있는데 하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과 수원 왕갈비 그리고 해우재다” 며 “연간 100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는 우리나라 유일의 똥 명소다”고 말했다.

그만큼 해우재는 똥을 빼고는 할 말이 없는 곳이다. 해우재는 심전 시장이 살던 집을 2007년에 개조했다. 148㎡(45평형) 크기의 건물로 2층으로 만들어졌다. 건물의 외관은 대형 변기 모습이다. 걸리버가 소인국에서 썼을 변기의 모양을 그대로 옮겨 놓을 것 같은 형상이다. 이 집은 보통의 다른 집들이 집 중앙에 거실을 배치하는 것과 달리 화장실 집 가운데에 놓았다. 가운데 있는 화장실은 외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유리를 설치했다. 다만 볼 일을 볼 때 불을 켜면 유리가 반투명으로 바뀐다. 몇 번의 리모델링을 거쳐서 1층은 고정 전시실로 2층은 기획 전시실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2층에서는 ‘오마이갓 전’이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옛날 집에는 성주신을 포함해 집을 지키고 있는 9명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런 신들이 어디에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 오마이갓 전이다. 가택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기념사진도 찍고 미션을 수행하면 스탬프도 찍어 준다. 화장실을 지켜주었던 신은 측신이다. 측신은 9명의 신 중에서 가장 괴팍한 신으로 우리의 조상은 이들에게 잘 보이려고 똥떡을 해서 바치기도 했다. 그리고 측신이 놀라지 않도록 화장실에 들어갈 때는 ‘에헴’하고 기침소리를 냈다.

해우재를 중심으로 주변은 화장실 문화공원이다. 이 공원에는 똥과 관련된 다양한 전시물이 있다. 작은 하천을 건너 정면에 보이는 것이 전북 익산에서 발굴된 왕궁리 화장실을 재현해 놓은 ‘왕궁리 유적 화장실’이다. 일반 서민들이 사용했던 공중 화장실을 재현해 놓았다. 뒤편엔 유럽의 로마시대 수세식 화장실을 재현해 놓았다. 기원전 1000년 전에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했다니 놀랍다. 나무 주걱 모양으로 생긴 밑씻개도 아이들의 눈엔 신기하게 보인다.

조선시대 왕들의 화장실인 매화틀과 매화그릇도 전시돼 있다. 실제로 어의는 대소변의 빛깔이나 냄새, 심지어 맛으로도 임금의 건강을 체크했다고 한다. 수원시의 자매도시인 제주도 옛날 화장실인 통시변소도 있다. 통시변소는 인간의 똥을 활용해 돼지를 키운 곳이다.

경주 불국사에서 발견된 노둣돌도 눈에 들어온다. 노둣돌은 신라시대 귀족부인이 사용하던 수세식 화장실로 추측된다. 백제시대의 남성용 변기와 여성용 변기도 인기다. 남성용 변기는 호자(虎子)라고 호랑이가 입을 벌리고 있는 재미난 모양을 하고 있다. 여성용 변기는 앞부분이 높고 뒷 부분이 낮다. 그래서 밭에 거름 주기용으로도 안성맞춤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온 한 공무원은 “우리의 일상생활도 이렇게 디테일하게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 수 있는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곳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백제시대 남성 변기 호자의 모습이다.
백제시대 남성 변기 호자의 모습이다.
백제시대 여성변기 모습이다. 앞은 높고 뒤는 낮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백제시대 여성변기 모습이다. 앞은 높고 뒤는 낮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왕궁리 유적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전시하고 있다.
왕궁리 유적을 모형으로 만들어서 전시하고 있다.
신라시대 귀족여인이 노둣돌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신라시대 귀족여인이 노둣돌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밤에 오줌을 싸면 머리에 키를 쓰고 마을 이집 저집으로 소금을 받으러 가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다.
밤에 오줌을 싸면 머리에 키를 쓰고 마을 이집 저집으로 소금을 받으러 가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다.